히바나는 곧 다가올 프림의 생일을 대비해 케이크 가게로 향했다. 그는 늘 그랬듯 뚱한 표정이지만 그 표정 너머에는 어떤 케이크를 사야 언니가 좋아할까? 라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히바나의 뒤를 쫓아가는 두 남정네가 있지만, 그들은 프림의 생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오늘 케이크 가게에 갈 건데, 같이 가겠슴까? 히바나의 한마디가 탈리온과 세트를 움직이게 했다. 인텔리레온 포인인 탈리온은 제 옆에 있는 세트가 거슬린다는 듯,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얼른 사라지라는 눈빛을 날렸지만 세트는 탈리온이 무얼 하든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에 가까웠다.
케이크 가게로 향하면서 두 남정네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세트는 탈리온을 무시하고 있으니 탈리온의 일방적인 견제였다.- 히바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만일 봤다고 해도 “두 분, 사이가 좋아 보임다!”라면서 탈리온과 세트가 들으면 경악할 오해를 했을 것이다. 얼마 안 가 히바나와 그를 따라간 두 포인은 케이크 가게에 도착했다.
계산대 옆의 쇼케이스 안에는 갓 나온 형형색색의 케이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케이크 가게에 도착하기 전부터 무얼 살지 끊임없는 고민을 했지만 쇼케이스의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쭈그려 앉아있는 히바나의 모습을 보니 케이크를 꺼내고 계산하는 데 오래 걸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히바나와 세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초콜릿 케이크였다. 히바나가 쇼케이스 안에 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싸한 기운이 탈리온의 머리를 스쳤다.
“역시 초콜릿 케이크가 좋겠슴다. 달고 맛있으니 언니도 좋아할 검다.”
싸한 기운이 탈리온의 머리에 적중했다. 저 많은 케이크 중에서 하필이면 초콜릿 케이크라니, 탈리온은 초콜릿을 싫어했다. 다른 사람들은 초콜릿이 달다고 하지만 탈리온에게는 초콜릿이 달기는커녕, 쓰기만 했다. 더구나, 옆에서 히바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던 세트가 히바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도 좋다고 생각해”라고 하는 것 아닌가! 탈리온은 이를 악물면서 세트를 노려보았지만 역시나 세트에게는 탈리온의 눈빛이 전해지지 않았다.
“초콜릿 케이크말고 음…, 그래. 과일 케이크는 어떱니까? 과일 케이크는 맛이 다양하니까 초콜릿 케이크보다 맛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탈리온의 다급한 목소리가 매장 안에 울리면서 점원들이나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탈리온에게 쏠렸다. 히바나는 탈리온의 말에 과일 케이크도 맛있지, 라면서 맞장구를 쳤지만 이번에는 세트가 마땅치 않아 했다. 한숨을 푹, 쉬고는 히바나의 옆에 쭈그려 앉은 것은 세트였다. 세트의 남들보다 진한 눈화장이 눈에 띄었다.
“이런, 탈리온은 초콜릿 케이크가 싫은가 봐. 그럼 프림한테 줄 케이크는 과일 케이크로 하고, 초콜릿으로 조각 케이크 두 개 사서 우리 집으로 가자. 어때, 히바나? 단둘이서, 응?”
그리 말하면서 세트는 히바나의 손을 잡았다. 히바나는 세트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저 웃으면서 좋다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트의 주위에서 싸한 기운이 맴돌았고, 히바나의 뒤에 보이는 것은 안경 너머에 묘한 눈을 뜨고 세트를 노려보는 탈리온이었다. 그리고 세트를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은 물방울이 둘러싸 있었다.